“때론 투박하고 때론 실수하는 도스또예프스끼를 잘 살리는 것”

여러분은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중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열린책들의 애정은 특히 각별한데요.
<한국의 출판기획자>에 실린 홍지웅 대표의 인터뷰 중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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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듯 홍지웅 대표는 러시아소설을 내면서 출판사를 시작했다. 안 팔리는 러시아소설을 작정하고 내기로 한 이유는 잘 알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그는, 열린책들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기 전부터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내고 싶어 했다. "러시아문학을 처음 할 때 큰 노선이 두 개 있었다. 현존하는 중요한 책들을 낼 것. 기존에 나왔던 책은 제대로 번역할 것. 당시에는 다수의 번역서가 중역이었다. 일어들이 유창했으니까 전부 일본어판을 가져다가 번역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로 옮긴 글 자체는 상당히 유려했다. 이에 반해 열린책들에서 나온 도스또예프스끼가 반드시 기존 판에 비해 잘 읽히는 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도스또예프스끼는 도박 중독에 낭비벽이 심했고 빚에 쪼들려 소설의 앞뒤를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급하게 쓰기도 했다. 원문 자체가 짜임새 없이 허술한 대목도 많다. 내가 목표로 삼은 것은 원문에 충실하자는 거였다. 설사 원문에 오류가 있어도 그대로 가자. 예컨대 열린책들에서 나온 『악령』의 경우, 나는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 원문을 잘 살렸다. 나는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가운데 『악령』의 번역이 가장 잘 됐다고 생각하지만, 독자들은 『악령』의 번역이 가장 나쁘다고 평가한다. 이런 걸 보면 좀 아쉽다. (...) 유려하게 하려면 얼마든지 유려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악령』은 때론 투박하고 때론 실수하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원문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 『한국의 출판기획자』, 열린책들 홍지웅 대표 인터뷰 중에서

▷도스또예프스끼 <악령> 읽기 http://bit.ly/12xO9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