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를 가득 메운 절망적인 얼굴들.
내 얼굴도 그들 가운데 놓여 있다. 내 얼굴은 그들의 것과 같고
그들의 얼굴도 내 것과 구분되지 않는다.
서로의 얼굴을 구별하려는 목적도, 행위도 의미 없는 시대. 언제나 상흔의 시대의 표정은 익명성이다.
불친절한 시대의 환부는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이상하게도 자꾸만 벌어지는 것만 같다.
전후 사회의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운이 도처에 스며들어,
마치 온기를 찾아 파고드는 몸짓처럼 도무지 벗어나려는 기미가 없다.
남편과 아내의 의식이 맞물린다.
기름칠이 닳아 거칠고 소름 도는 금속성의 소리를 내더라도,
가득 낀 먼지 때문에 뻑뻑하더라도 그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는다. 아니, 멈출 수가 없다.
자신들의 주변 모습, 온전하지 못한 가족의 모습,
무엇보다 자신의 애처로운 몰골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이 이틀이 지난다.
그 48시간 동안의 흐름을 우리는 읽는다. 잿빛 오한에 마음을 부르르 떨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