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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⑪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박수진(guittagi)
2011-01-24 1828
하인리히뵐2.jpg


짭짤한 맛으로 번지는 슬픈 시선과 희망

성당에 놓인 가브리엘 조각상을 마주하며 자신의 임신사실을 확신하게 된 캐테.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감탄했던 부분 중 한 장면이었다.
작가는 <수태고지> 표현의 역사상 가장 슬프고 가슴 아픈 수태고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아름다운 장면이기도 했다.
전쟁의 생채기에서 아직 피가 흘러나오는 시대에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건
연약한 희망조차 가져다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시궁창과도 같은 삶이 더 더러워지고 힘들어질 뿐일지도 모른다,
석상 위를 덮은 먼지를 입김으로 불며 캐테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잠결에 부부의 나레이션을 듣는,
환청과도 비슷한 오묘한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아마 꿈이었을 것이다.
끝내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초록 모자를 쓴 캐테의 옆얼굴을 보며, 그녀의 몸이 품고 있는 생명의 기운을 새삼 깨달으며,
프레드가 어떤 의지를 가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가족도, 개인도 행복해 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의지가
가늘게 피어 오르는 연기처럼 생겨나고 있었다.

본 연재는 열린책들 카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⑫ -존 버니언,『천로역정』의 <허영의 시장>
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⑩ - 하인리히 뵐의『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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