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후에는 태아도 그녀와 함께 달빛으로 어우러진 대기 속으로 녹아 들었고,
그녀는 산과 백합과 집들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았으며,
모든 것이 일종의 기절 상태에서 함께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밤은 굉장히 크고 매우 이상했으며 희끄무레한 먼 거리가 무한히 펼쳐지는 것 같았다.
-D.H. 로런스, 『아들과 연인』 중에서
남편과의 다툼으로 집 밖으로 나온 모렐부인이 밤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뱃속에는 큰아들 윌리엄이 조용히 뒤척이고 있고, 사방은 적막하고 향기로운 공기를
품고 있습니다.
환한 달빛과 백합이 뿜어내는 아찔한 향기에 잠시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듯 했지만
누구 하나 의지할 곳이 없는 그녀 앞에 끝없이 이어진 밤이라는 이 공간 속에서
곧 소외를 느껴버리고 맙니다. 지성적이고 고상한 정신적 가치를 소중히 여긴 그녀에게
이 거대한 밤이라는 것은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존재임을 깨달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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