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꿈이 그가 지나온 곳, 도시 너머의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
밤하늘 아래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펼쳐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개츠비는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물러나는 환희의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며,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맑은 날 아침에는……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중에서.
새로운 세계, 실체 없이 물질적이며, 가엾은 유령들이 공기처럼 꿈을 마시며
정처 없이 떠도는 세계가 다가왔다…….
형체도 없는 나무들 사이로 그에게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저 잿빛 환영처럼.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중에서.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남자, J. 개츠비
피츠제럴드의 글은, 뭐랄까…… 어떤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그가 살았던 시대와 장소를 몸소 공유하지는 않지만 깊이 공감할 것 같은
잔향이 그의 글에는 남아 있다. 오
래되어 빛 바랜 사진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글.
작가가 남긴 수많은 단편에도, 장편 속에도 세피아 빛 애틋함이 스며들어있다.
그래서 피츠제럴드, 난 그를 읽을 수 밖에 없다. 비록 나를 우울하게 하더라도…….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꼭 원어로 읽어야 한다고,
예전에 한 지인이 권했기에 나는 단편을 비롯하여 처음에는 이 소설을 원서로 읽었다.
이번에는 정말 너무나도 근사한 번역본으로 재독을 했다.
이렇게 멋진 소설을 근사한 번역으로 읽어서 더 좋았던 책읽기였다.
그 동안 내가 엿보았던 소설 속 주인공들 가운데 아끼지 않고 눈물을 펑펑 쏟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 J. 개츠비라고 대답할 테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순수했던 이 남자에게 한 방울의 눈물도 아끼지 않을 자신이 있다.
초록 불빛을 바라보던 모습, 닉이 보았던 개츠비의 근사하면서도 묘한 미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미소)까지도
눈앞을 흐리게 하는 이 남자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본다.
한 여자를 사랑했던 기억과 그녀를 잊지 못해 순정을 바치고, 그녀와 다시 함께 할 꿈을 꾸며
희망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평범한 남자의 이름 앞에 이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따른다.
옛 사랑을 되찾기 위해 부를 이루고 기회를 잡은 듯 했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만 껴안았던 개츠비.
그가 과거에 쌓은 노력, 미래와 희망에 대한 집착, 한 사람을 향한 순정과 낭만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사그라지고 말았다.
날개가 타들어 가도 불빛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는 나방처럼,
상처입고 좌절하면서도 그는 초록 불빛이 미래의 행복이라 믿으며
오로지 그 불빛이 있는 곳을 응시했다.
끝내는 그 불빛 아래로 떨어져 가늘게 떨리는 생을 마감하더라도.
그래서 화자인 닉은 그에게 ‘위대하다’는 꾸밈말을 붙여주었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이 비극으로 끝날지 희극으로 마무리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각자가 생각해둔 목표와 희망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쏟을 뿐이다.
집착이라고 해도 좋다, 그 끈이 끊어지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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