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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 21-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스
박수진(guittagi)
2011-04-08 2431
P1010532.JPG


 


나는 미래에 들어오기 위해 몇 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미래에서 빠져 나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겁니다.

(
……)그 먼 미래의 무서운 황혼 속에 무력하게 누워 있을 생각을 하니 너무 무섭더군요.
내가 안장에 기어오르는 동안 기절하지 않도록 나를 지탱해 준 것은 그 지독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시간 여행자는 3년 전에 사라졌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인류의 진보를 매우 암울하게 생각했고,
문명을 쌓는 것은 어리석은 축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에게 미래는 여전히 암흑이고 공백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기억으로 몇 군데 불이 켜졌을 뿐, 거대한 미지의 세계다.
그리고 내 옆에는 그 기묘한 하얀 꽃 두 송이-지금은 갈색으로 시들어 부서지기 쉽지만-가 있어서 나를 위로해 준다. 그 꽃은 지성과 체력이 사라진 뒤에도 감사하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인간의 가슴 속에 살아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허버트 조지 웰스, 『타임머신』중에서




당신이 상상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입니까? 
                                    The Time Machine - H.G. Wells

어렸을 적 자주 넘겨보던 백과시리즈 가운데 미래의 사회상을 담은 책이 있었다.
색깔이 바뀌는 옷, 전자동으로 집안의 환기, 채광 등을 조절해 주는 시스템,
한 번에 많은 양의 우유를 얻을 수 있도록 개량된 수퍼 카우Super Cow,
태양에너지 자동차,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용 로봇 등등. 이미 여러 번 읽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또 보곤 했다.
무척이나 밝은 장미빛으로 그려지는 미래 사회,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흥미를 느꼈지만, 이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책 속의 미래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얻는 데는 아주 적은 힘이면 충분했다. 원격 조정기나 옷에 달린 버튼 등을 누르는 힘이면 됐다. 이런 상상이 실현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게을러질까, 그렇게 되면 손 모양이나 다리 등 신체구조가 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에 소름이 돋곤 했다. 생물은 처한 환경에 따라 생김새와 생존법이 변한다고 배워가던 나이였기에 자연스레 이런 생각으로 흐른 것 같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펼쳐 볼 수 있었다. 19세기의 사람인 우리의 주인공 <시간여행자>는 2070, 2100년과 같은 가까운 미래(현재 기준으로 볼 경우)가 아니라 무려 8십만 2천 7백 1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아직은 인류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는 존재들이 사는 지구. 필요와 환경에 따라 정서를 비롯한 많은 것이 제거 되어, 단순하고도 이분화된 삶을 사는 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을 옥죄는 모든 환경과 욕망이 사라진 미래의 사회는 처음엔 ‘완벽한 인간의 승리’가 이루어진 시대처럼 보였다. (시간 여행자는 인간 사회의 진보와 지성활동에 굉장히 낙관적인 믿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표면을 걷어내고 그 아래로 내려가자 충격적인 이면이 드러났고, 그의 신념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유토피아처럼 보였던 미래 속 공간은 황폐했고, 이제는 잊혀진 인간성이 그리워졌다.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기 전에 그는 다시 한 번 3천만년 이라는 까마득한 미래에 도착했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니 생명의 소리마저도 없는 듯 적막하고 쓸쓸한 풍경만이 지배하고 있는 시공간 속에서 그는 두려움과 슬픔을 느꼈다. 내가, 현생의 인류가 발전하려고 발악을 하는 이 모든 노력의 궁극이 바로 이것이란 말인가… 전의를 상실한 듯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 풍경을 보며 나도 그와 같은 허탈감을 맛보았다. 익숙하고 아늑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지만 그는 다시 떠났다. 이번에는 과거로 갔을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먼 과거의 인류가 현재로 건너오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충격에 사로잡히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덧붙임: 아, 이래서 원작을 읽어야 하는 거구나! 라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이지만 소설로 읽어야만 공감에 참여할 수 있고
보다 풍부한 경험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흠뻑 젖은 옷을 입고 있는 듯 무거운 분위기의 내용이지만,
마지막에 화자인 '나'가 꽃을 통해 낙관론으로 이어주는 부분 덕분에
가슴 한 켠이 따뜻하게 남았어요.
훗날에 빛바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생생한 숨결과 온기가 남아 있다면
미래의 인간성에 대해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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