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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 24- 『풀잎』, 월트 휘트먼
박수진(guittagi)
2011-04-28 2737
풀잎2.jpg


한 아이가 물었다, 풀잎이 뭐예요? 손안 가득 그것을 가져와 내밀면서.
내가 그 애에게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그애가 알지 못하듯
나도 알지 못하는데.
 
나는 그것이 내 기분의 깃발, 희망찬 초록 뭉치들로 직조된 깃발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나는 그것이 하느님의 손수건이라고 생각한다,
향기로운 선물이자 일부러 떨어뜨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구석 어디엔가 그 주인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어 그것을 본 우리가 누구 것이지?
하고 묻게 되는 그런 것.
 
아니면 나는 풀잎은 아이 그 자체라고…… 식물로 만들어진 아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나는 그것이 불변의 상형 문자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것은, 넓은 곳에서든 좁은 곳에서든 똑같이 피어나며,
흑인들 사이에서, 마치 백인들 사이에서처럼,
프랑스계 캐나다인, 버지니아 사람, 하원 의원들,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들 사이에서처럼 자라난다는 것, 내가 그들에게
똑같이 주고 똑같이 받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트 휘트먼, 『풀잎』, <나 자신의 노래> 6 에서
 
정지는 없다, 그래서 결코 정지할 수 없다.
만약 나와 당신, 세계들, 그들 표면 위나 아래의 모든 것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모든 생명들이 바로 이 순간 활기라고는 없는 부유물로 되돌아가
축소된다 해도, 그것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분명 다시 떠오를 것이다,
분명히 훨씬 더 멀리 갈 것이며, 더 멀리멀리 갈 것이다.
(…) 늘 그렇게 멀리 보라…… 그 너머에 무한한 공간이 있으니,
늘 그렇게 많이 헤아리라…… 그 주변에 무한한 시간이 있으니.
-월트 휘트먼, 『풀잎』, <나 자신의 노래> 45 에서
 


 
 
풀잎으로 희망을 엮은 시인, 월트 휘트먼의 『풀잎』
휘트먼의 언어에는 모든 것을 담담하게 지켜보면서도 동시에 그 많은 것을 뜨거운 마음으로 포용하는 바람의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 속 카메라가 공중에서 넓은 풍광을 한 눈에 담아내는 것처럼 시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미국의 광활한 자연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휘감고 있었어요. 시인의 영혼은 자신의 육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조국의 모든 이와 사물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 가운데 첫 시, <나 자신의 노래> 는 소박하지만 강건한 기상으로 가득한 시입니다. 조국의 모든 군상을 담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는, 먼 옛날의 시인들의 것이 그러했듯이 호방한 기운으로 독자를 단단히 붙잡았습니다. 휘트먼의 목소리에는 과장되지 않고 날것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솔한 표현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인간성을 향한 시인의 믿음은 쉽게 뽑히지 않는 풀과 같이 무한한 생명력을 품고 있습니다. 특정한 이름조차 없이 그저‘풀’이라고만 불리는, 모든 사람이 소중히 여기고 우러러 보는 존재가 아닌 것으로 이처럼 뛰어난 작품을 엮어가는, 시인의 시선과 마음가짐이 참 좋았어요. <나 자신의 노래>는 우리들의 노래라고 해도 무방하리만큼 시인 개인이 아닌 자신을 포함한 다수를 향한 노래입니다. 게다가 그 다수 각각의 개인으로서의 존엄성 또한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빛나는 노래는 상이한 문화와 종교, 인종이 섞여 있으면서도, 관용 아래 고유한 개별성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조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
풀을 재료로 희망의 기상을 엮은 시 한 편이 더 있지요.
김수영 시인의 <풀>을 적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본 연재는 열린책들 카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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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미 허,, 묘한 콜라보레이션 :-) 2011-04-28 15:24
박수진 저 소녀가 얼굴과 손을 대고 있는 배경은...사실 미국 성조기를 풀잎으로 표현하려고 한 것인데, 결과가 미흡하게 보이네요. ^^; 휘트먼의 조국애를 보여주고 싶은 의도였습니다. hahaha 2011-04-2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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