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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 25- 『제인 에어』, 샬롯 브론테
박수진(guittagi)
2011-05-10 2583
Jane Eyre.jpg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이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이라고 꿈꿨다.
나는 이 목적을 위해
열심히 맹목적으로 밀고 나갔다.
 
그러나 우리 삶 사이에 놓여 있는
길도 없이 광막하고
바다의 푸른 파도가
거품을 내며 몰려오듯 위험했다.
 
그리고 황야나 숲 속의 산적 떼가 출몰하는
길처럼 무시무시했다.
우리의 영혼 사이에 권세와 정의,
비애와 분노가 가로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위험이 무섭지 않았고 장애를 경멸했으며
전조에 도전했다.
어떤 위협과 괴롭힘과 경고에도
나는 태연히 지나쳤다.
……
확인의 입맞춤으로 내 사랑이 맹세했다.
나와 함께 살고 죽겠다고.
나는 마침내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얻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로체스터가 부른 노래 中

 

 

문학적 첫사랑과의 재회
 
『제인 에어』는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고전 중의 고전이다. 10대 때 내 손 안에 처음으로 들어온 세계문학, 그녀는 나의 문학적 첫사랑이다. 그 후 작가의 동생 에밀리 브론테를 비롯해 서머셋 모옴, 단테, 스타인벡, 괴테, 톨스토이, 플로베르, 까뮈 등 멋진 작가들을 찾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내게는 아주 각별한 작품이다. 그녀를 만나고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그녀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바스대는 걸 보면 첫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대상이고, 강렬한 기억인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처음에는 로체스터와 제인의 로맨스에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대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진정으로 홀로 서려는 제인의 정신적 과정이 어찌나 각별한 울림으로 다가오던지. 나는 그 마음을 진정시키는 대신 일주일 동안 제인 에어만을 생각하고, 보고, 들으며 지냈다. 심지어는 일하는 동안에도 자꾸 떠오를 정도로 또 한 번의 열병을 치러야 했다. 첫사랑과의 재회는 굳은 가슴을 봄날의 분위기로 채워주는 마법을 지닌 듯, 이 짧은 시간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5월의 시작과 함께 너무나 분주했던 지난 주, 나는 그녀로부터 설레는 가슴과 용기와 굳은 의지, 그리고 건강한 신념을 선물로 받았다.
 
제인 에어의 삶에는 미덕 혹은 내 인생에서 본보기로 삼고 싶은 고민이 많다. 주체성과 자유, 사랑과 자유 간의 균형, 관용과 수용, 종교와 현세의 삶의 조화, 열정과 원칙, 관계에서의 정신적, 물질적, 감정적 동등함 등. 언제나 상황은 이러한 그녀의 고민을 시험한다.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알아봐준 로체스터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단순히 감정적 만족감 때문에 자신의 도덕성이나 고결한 이상을 잃을 수 없었던 제인은 험난한 독립의 길을 선택한다.
로체스터를 받아 들이기 위해선 자신의 도덕성과 고결함을 버려야 했고, 세인트 존을 선택하기에는 원칙만을 따른 채 감정을 희생해야 했기에 제인은 이 둘 모두 선택하지 않았다. 단순히 감정적 만족감이나 사랑의 욕망 때문에 순결한 자아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고, 딱딱하고 냉기 어린 삶을 채워가기엔 제인의 가슴은 너무나 뜨거웠으니까.
제인이 그토록 행복해 하는 데에는, 자신의 삶이나 마찬가지인 일생의 사랑을 찾았고, 가족을 이룬 사실 그대로의 이유도 있지만, 그 행복은 결코 그녀에게 ‘주어진’형태가 아니었다. 가슴 아프고 시린 성장과 성숙을 통해 자신의 자아로부터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던 행복이 꽃을 틔운 것이었기에, 그 동안 그녀가 끊임없이 묻고 요구했던‘동등함’이라는 것을 스스로 찾았기에 그녀의 만족감은 충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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