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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 27- 『표류자들의 집』,기예르모 로살레스
박수진(guittagi)
2011-05-30 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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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끄만 바퀴벌레들이 바글대는,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파란색 천장을 쳐다본다.
결국 여기서 이렇게 내 인생의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열다섯 나이에 프루스트를 완전히 독파했고, 조이스, 밀러, 사르트르,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올비, 이오네스코, 베케트를 읽었던 나, 바로 윌리엄 피게라스.
나는 혁명 속에서 가해자이자 목격자이자 희생자로 20년을 살았다. 훌륭하다.
 
그는 보딩 홈보다는 거리에서 사는 쪽을 바랐다.
자신이 지켜 내고 싶었던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다른 보딩 홈에서 다른 쿠르벨로와, 다른 아르세니오와, 다른 레예스와, 다른 페페와,
다른 르네와 살기 전에 누렸던 바로 그 자유를.
 
 
나는 존재하지만, 아무도 관심 주지 않고 아무도
모르니,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나의 벗들은 사라진 기억처럼 나를 버리고.
나는 나의 슬픔을 스스로 먹어 치우는 자,
슬픔은 망각의 무리 속에 솟았다 사라지나니,
사랑과 죽음의 망각 속에 도사린 환영에 다름없구나.
  
                                                                             -기예르모 로살레스, 『표류자들의 집』중


 
절망과 망각마저 유령이 되는 곳, 보딩 홈 에 잘 오셨습니다.
기예르모 로살레스 『표류자들의 집』
좌절.
자신와 세상을 향한 환멸.
침묵의 야유.
짓이겨진 여린 희망.
그리고... 다시 망각의 림보 속으로.
지저분하고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공간,
발 없는 쿠바의 유령들이 사는 곳,
절망과 망각마저 유령이 되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곳.


치열했던 나날 끝에 찾아온 것이 무기력으로 찌든 이 환멸이라니
...
거기에 덧붙여 냉담한 시선과 건조한 감각만이 현재 내가 내비칠 수 있는 전부다
.
나는 이곳을 벗어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
난바다의 그 무자비한 표류를, 나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
희망을 싹 틔우는 것마저 나에겐 극심한 고통이다
.
내 환상은 이미 오래 전에 흩어져 버렸고 이전부터 존재했을 현실만이 내 눈 앞에 있다
.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내다니, 아니 이제서야 그것을 볼 수 있다니
.
아레나스는 그 돌이킬 수 없는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는데
,
나에겐 그러할 힘조차 사그라졌다.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끝간 데 없는 권태뿐이니까
.
도대체 난 어떤 유령을 쫓고 있었던 것일까
?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새로운 환상을 품고 있지는 않을까?
무척 두렵다.




 
본 연재는 열린책들 카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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