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로고 열린책들 슬로건
홈 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맵 영문 문의게시판
 
 
 
 
 
Home > 커뮤니티 > 독자게시판
독자게시판
 
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 33- 『엠마』, 제인 오스틴
박수진(guittagi)
2011-09-27 3156
Untitled-1 copy.jpg


제인 오스틴이 그려낸 성숙한 행복의 발견,『엠마』
완벽한 행복이란 기억 속에서조차 흔치 않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제인 오스틴의 팬은 아니라서 그녀의 책들을 자주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기회가 닿아 그 중 한 작품이라도 열게 되면 ‘이렇게 재미있는데,
왜 자주 읽을 생각이 안 들까’하고 늘 묻는다. 이번에도 엠마를 읽으며 똑 같은 생각을 했다.
오스틴의 이야기는 작은 공간에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엮여 있어, 이렇다 할 극적인 사건도 별로 없고, 심한 물리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 안의 인물들의 심리를 어쩜 그리도 다채롭게 그려내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사람에게는 어떤 대상을 캐릭터화해서 한 방향으로만 보려는 심리가 있다.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특정 성격을 보면서도 우리는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반면, 복잡하게 그려진 인물을 접하면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물줄기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복잡한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엠마는 재치 넘치지만 허영심에 독설도 내뱉고, 영리하지만 둔하며, 거만하지만 자상하고, 지극히 이기적이지만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면모를 보인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완벽해 보이는’철 없는 이 아가씨가 일련의 사건과 연관된 실수를 하게 되고 상황은 점차 꼬여간다. 그 과정에서 점차 자기 중심적이고 미성숙한 사고방식과 판단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하나의 성장소설로 대할 수 있다. 게다가 본인의 감정을 진심으로 헤아리는 일은 단순하거나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기에 가벼운 로맨스 물을 뛰어 넘는 소설이다. 외적으로 풍족했던 엠마가 스스로를 추켜 세우는 태도에서 벗어나려 할 때 내적 충실의 기반이 마련되었고, 기대치 않았던 행복도 발견했다. 이는‘격’이라는 틀에 맞춘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적 부족함을 하나씩 채우는 것으로부터 출발했기에 성숙한 행복이었다. 
 
거창하지 않은 사건들과 입체적인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바로 오스틴 작품의 큰 뼈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여기 저기에서 덧붙여지는 재치 가득한 대사에 웃음을 물며 읽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란… 활자로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엠마의 근황을 소문으로 전해 듣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도 여러 번 했다. 책을 읽으며 경험하는 즐거운 착각이다. 이야기의 면면을 관조하듯 들려주면서도 독자를 자신의 이야기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풍자보다는 따뜻한 유머로 가득하고, 상대의 결핍과 잘못에 눈살을 찌푸리며 훈계하기보다는 그저 한 번 웃음을 내비치게 하는 자상한 그녀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본 연재는 열린책들 카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보기>
 
월요 연재> 라보엠의 손으로 책읽기 34- 『비숍살인사건』,S. S. 밴 다인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조르주 페렉,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열린책들
열린책들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