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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바사리, 두오모 대성당의 천정화를 비롯한 다수의 걸작을 남긴 재능 있는 화가이자 우피치 궁, 베키오 궁의 설계에 참여한 탁월한 건축가, 미켈란젤로의 친우이자 메디치가의 조언자로 코시모 1세와 함께 16세기 이탈리아의 문화 예술 사업을 주도해 간〈시대의 연출가>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세계 최초의 본격 미술사(美術史) 『미술가 열전』의 저자이며, 그 자신 화자이자 건축가로 16세기 이탈리아 미술의 개화기를 이끌어 간 인물인 조르조 바사리의 일생을 다룬 책.
그르노블 스탕달 대학의 이탈리아 문학 교수이자 바사리 전문가인 롤랑 르 몰레는 3세기에 달하는 방대한 예술가 열전을 집필하였으며, 회화, 건축, 무대 장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깊은 발자취를 남긴 한 르네상스인의 인생을 통해 예술가 전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바사리의 삶과 예술을 역사적으로 도식화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메디치가의 연출가라는 부제가 암시하고 있듯이 화가, 조각가, 조신(朝臣), 행정가로서의 그의 다양한 활동들, 『미술가 열전』의 탄생 과정과 구조와 의미, 그리고 유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는 개인적 삶의 가장 흥미로운 세부까지를 다채롭고 생생하게 우리 눈앞에 펼쳐 보여 준다.
이처럼 예술가이자 역사기술가였던 바사리라는 한 개인을 시대적 맥락 가운데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서양미술사 가운데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르조 바사리라는 인물, 그리고 16세기의 이탈리아 미술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있었던 미술학도에게뿐 아니라, 르네상스 후기 이탈리아의 예술, 문화, 사회, 역사 전반에 걸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에게도 더 없이 귀중한 정보와 즐거움을 제공해 줄 것이다.
세계 최초의 미술사, 바사리의 『미술가 열전』
바사리와 그의 너무나도 중요한 저서가 없었던들 북부 유럽, 더 나아가서는 유럽 전체에는 아직도 미술사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
바사리의 『미술가 열전』은 13세기부터 자신의 시대로 이어지는 세 위대한 세기를 다루고 있다. 1250년부터 시작된 〈트레첸토〉 시대는 미술이 그 긴 잠에서 깨어난 시기였다. 치마부에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지오토의 방식〉으로 확고히 자리 매김한, 이 시기는 〈비잔틴적 야만성〉의 시대였던 〈그리스적 양식〉과 중세의 〈마니에라 테데스카〉가 극복된 시기였다. 콰트로첸토, 즉 14세기는 건축의 브루넬레스키, 회화의 마사초, 조각의 도나텔로의 등장과 함께 미술이 그 성숙기에 접어든 시기였다. 다음으로 〈테르차 에타〉는 〈현대 시대〉, 즉 바사리의 동시대를 의미하는데, 이 시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시작되어 라파엘로를 거쳐 미켈란젤로에 이르러 그 절정에 도달한다. 바사리는 이 세 거장과 함께 미술은 이미 그 정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다음에는 쇠락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러한 위대한 예술가들의 업적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바사리는 이 역사상 최초의 미술사를 써내는 동시에, 미술 비평의 언어와 방법을 창안해 내었다. 이 『미술가 열전』을 단순히 이탈리아 미술에 대한 정보의 보고, 필요할 때 들추어 볼 수 있는 단순한 목록집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저서는 사라진 미술가들의 기억을 보존하고, 또 생존해 있는 동시대 미술가들에게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미술사와 미술 비평에 전적인 신뢰성과 위대함을 부여할 수 있었던 한 인문주의자의 논고에 가깝다. 어린 시절부터 쌓은 교양과 문서의 활용, 인맥을 통한 인터뷰 자료의 확보. 바사리의 이 거대한 작품은 규모면에 있어서나 방법론적 측면에 있어서 당시의 어떤 저작과도 달랐다. 그가 원한 것은 길고도 무미건조한 열거, 앞뒤가 들어맞는 설명적이고도 철학적인 서술, 단조롭게 늘어놓는 인물 묘사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자신의 지성과 감수성을 발휘하여 평가하고, 자신이 느낀 열광을 전달했으며, 3세기에 걸친 미술사 위에 자신의 서정적인 숨결을 불어넣기를 원했다. 증언, 전통, 전설, 일화 등을 한데 엮음으로써 바사리는 일종의 〈미술사의 소설〉(G. 바쟁)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4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가 이 책을 여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바사리는 피렌체의 이미지를 만들고, 군주의 정책을 위하여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 시대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들에게 하나의〈기억〉을 형성하고 남겨 준 사람이다. 붓과 돌과 글을 사용하여 어떤 정치적·세속적·문화적 조직을 헌양함으로써, 바사리는 피렌체 신화의 창조자들에게 하나의 얼굴과 하나의 목소리를 부여해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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