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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의 황금 벌레 암호, 방랑자들의 호보 사인,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돌턴의 원자 기호, 헤르메스 사상의 연금술 암호, 마야 문자, 주역의 괘, 측천무후의 측천 문자, 칼리오스트로 백작의 마법 알파벳, 야구 스코어 기호, 유럽의 하우스마크, 얼굴표정 기호 키니식스…… 그리고 ZEЯRO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모든 기호 체계를 한 권에 모은 책. 구석기 동굴의 성기 심벌에서 현대의 항공도 기호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매혹적인 형태의 기호들을 모은 이 책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적 재능의 자취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 자체로 하나의 암호판으로 작용하는 책의 표지를 비롯하여 매 페이지가 수수께끼와 아이디어로 넘쳐 나는 책.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모든 기호 체계를 한 권에 모은 책, 마쓰다 유키마사의 『ZEЯRO-제로』가 고현진의 번역으로 미메시스에서 출간되었다. 구석기 동굴의 성기 심벌에서 현대의 항공도 기호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매혹적인 형태의 기호들을 모은 이 책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적 재능의 자취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매번 독특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독자와 출판계를 깜작 놀라게 하는 출판사 <우시와카마루>의 설립자이기도 한 저자는, 책의 기획과 집필은 물론이고 디자인과 출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본인이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암호판으로 작용하는 책의 표지를 비롯하여 마쓰다 유키마사의 놀라운 재능이 책의 곳곳에 스며 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오브제와 같이 버리지 않고 곁에 두고 보는 책, 존재 그 자체에 가치가 있는 어른들을 위한 <완구>와 같은 책을 만들고 싶다.>
마쓰다 유키마사는 분명 독특한 디자이너이다. 월간지 『Finan』과 격월간지 『디자인의 현장』을 비롯하여 『10+1』, 『KATACHI』 등 다양한 잡지들의 아트디렉팅을 맡고 있으며 편집, 그래픽 디자인 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인 그는 출판사 <우시와카마루(牛若丸)>의 설립자이자 이미 수편의 책을 집필한 저자이기도 하다. 이미 전문가와 작가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날, 단순히 글을 쓰는 디자이너로서 그가 특별하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획에서 집필, 편집, 출판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해내는 디자이너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남다른 점은 무엇보다 독특한 시각과 놀라운 자료 수집 능력, 그리고 절제되어 있지만 긴장을 늦추게 하지 않는 그의 디자인이 <책>이라는 매체를 만나 극대화된다는 데 있다.
한때는 낮에는 카탈로그 등의 디자인을 하고 밤에는 출판사에 들락거리는 이중생활을 하였을 정도로 <책>이라는 매체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는, 보고 나서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되어 버린 책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는 책이 단순한 정보 전달자의 수준을 넘어서 오브제와 같이 버리지 않고 곁에 두고 보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존재 그 자체에 가치가 있는 어른들을 위한 <완구>와 같은 책. 흰개미가 집을 짓는 궤적, 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내려온 경로,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 연합군 함대의 진격 루트 등 다양한 선의 궤적들을 모은 『선의 사건부』나 UFO 발견에 관련된 역사적 사진들과 평면도 등을 모은 『원반 이야기』 등 현재 출간된 그의 책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그의 바람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또한 그렇기에 그의 책이 주는 즐거움은 남다르다. 무(無)를 상징하면서도 단순히 겹쳐 쓰는 것만으로 수를 무한대로 늘일 수 있는 불가사의한 기호, <제로>에서 출발한 이 책 『ZEЯRO』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탈리아어에 기원을 두고 있는 ZERO에 R을 하나 덧붙인 제목은 기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환기시키는 상상력에 주목한다는 의미를 담아 앞의 R을 거꾸로 표기했다. 즉 제로의 R인 셈이다.
커버에 있는 둥근 구멍은 쥘 베른의 소설 『마티아스 산도르프』에서 주인공이 사용한 암호 해독을 위한 형지(型紙)인데, 이것을 책에 씌우면 라는 제목과 저자명이 나타나난다. 이것을 다시 시계 방향으로 90° 회전시키면 ZARRATHUS(짜라투스트라)가 되고 반대로 90° 회전시키면 ASINTOERR(제2차 세계대전 중 크라우젠이 암호를 만들 때 사용한 것으로 영문의 빈출 문자에 R을 하나 덧붙여 문장이 되도록 바꾸어 나열한 것)가 나타난다. 또한 표지 안쪽을 펼치면 본문에서 소개된 다양한 문자 기호들의 발생과 진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본문에서는 오른쪽 페이지에 해당 기호를, 왼쪽 페이지에는 기호의 기원과 발전, 또는 관련된 역사적 에피소드들을 실어 마치 곤충 도감이나 식물 표본집을 살펴보듯이 인류의 역사에 등장하였던 다양한 기호들을 일별할 수 있게 하였다. 후기에 실린 책의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들 또한 독자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본문 발췌
방랑자들의 암호 호보 사인
유럽의 집시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어 유럽 전역의 방랑자, 호보hobo들 간에 쓰인 기호. 자기보다 뒤에 오는 동료들에게 마을 사람들의 상황이나 위험이 있는지 등을 기호화하여 길바닥이나 벽에 분필로 썼다. 연금술 기호와 같은 모양도 있어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훗날 호보들은 미국 대륙으로 건너갔는데, 최근까지도 이러한 기호들을 사용했다고 한다.
유럽 중세의 시작을 알린 샤를마뉴 암호
카이사르에서 시작된 단알파벳 환자 암호는, 15세기 건축가인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두 개의 암호 알파벳을 한 문자씩 교차, 적용하여 하나의 암호를 만드는 다알파벳 환자 암호를 생각해 낼 때까지 절대적인 암호 체계로 군림했다. 프랑크 왕국 카롤링거 왕조의 왕인 샤를마뉴가 만든 샤를마뉴 암호도 단알파벳 환자 암호이다. 이후 타이포그래퍼 모리슨은 로마의 비문과 샤를마뉴 암호 등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서체를 디자인했는데, 1932년 「타임스」에서 이를 채용하고 다음 해부터 일반에게 사용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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