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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책  
 
도박 중독자의 가족
이하진
열린책들
2022년 09월 05일
연장정 / 488 면
978-89-329-2284-3 07330
국내 만화 / 연재 만화 / 교양 만화
18,800
 
 
 

 
「카산드라」 이하진의 귀환
2022년 카카오 웹툰 최대 화제작

2021년 말 주식 개인 투자자 수는 1374만 명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3년 새 해외 주식 계좌 수는 6배가 급증했다. MZ 세대 5명 중 1명은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2030 세대가 초고위험 투자를 일종의 게임과 유사하게 인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금융감독원 보고서 「MZ 세대의 특징과 금융 산업에의 시사점」)
대투자의 시대, 그림자도 짙다. 개인 파산이나 가족 갈등을 넘어 가족이 해체되고 비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보도된다. 국가 정책 차원의 구제책이 논의되는 시기에 과도한 주식 투자를 도박 중독으로 보고 그 위험성을 인지하는 시각은 드문 편이다. 그간 간과되어 온 주식 중독의 사례를 가족의 입장에서 생생한 경험담으로 그려 내며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한 웹툰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누적 조회 수 7백만을 넘긴 웹툰 『도박 중독자의 가족』이 마침내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개인 투자자가 도박 중독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수기이다. 주식 투자로 가족들의 자산을 관리해 오던 시동생이 점점 더 위험한 상품에 손대기 시작한다. 저자는 시동생의 도박 중독 가능성을 경고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저자를 비난한다. 가족 구성원의 과오를 덮어 주고 빚을 갚아 주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여긴 그들의 사랑은 재앙을 불러온다. 서로를 지키려던 마음은 끊임없이 배신당하고 휘둘리며 <공동 의존>이라는 심리적 질환으로 나아간다.

불행의 고리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여성의 분투기

이하진은 그리스 고전 『일리아스』를 정치와 전략 중심의 여성주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웹툰 「카산드라」로 마니아적 팬덤을 구축한 작가이다. 그런 그가 2014년 「카산드라」 2부를 마지막으로 긴 침묵의 시간을 거쳐 2022년 『도박 중독자의 가족』을 발표한다. 이 책은 휴재의 이유를 설명하는 책이자 작가의 한 시기가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 시기에 시동생의 도박 중독 문제를 겪는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거쳐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주식 공부를 한 시동생은 어머니와 형제들의 자산을 도맡아 관리한다. 하지만 리먼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 위기로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시동생은 빅 윈big win, 즉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본 경험을 잊지 못하고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점점 더 위험한 파생 상품에 손대기 시작하면서 도박 중독으로 나아간다.
이 책은 도박 중독자의 가족으로 살아 낸 수기이면서, 동시에 가부장제 내에서 진실을 추구해 나간 여성의 분투기이다. 저자가 카산드라와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라고 밝힌 화자 <하진>은 가족 구성원 가운데 누구보다 먼저 시동생의 도박 중독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가족에게 경고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도박 빚을 갚아 주는 것이 선의라고 믿는 상황에서, 진실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견고한 가부장제 내에서는 아무리 선구적이고 지혜로운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그것은 제삼자이자 최하단에 위치한 여성의 목소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자식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주변의 만류에도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지탱해 주는 시어머니는 상황이 안 좋아질 때마다 끊임없이 며느리에게 전화를 건다. 책망과 회피와 넋두리가 섞인 시어머니의 감정 분출에 휩쓸려 저자가 공동 의존으로 빨려드는 과정은 <시댁>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지켜 내기 힘든 여성들의 현실을 절실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주식, 코인, 알코올, 마약, 게임, SNS 중독으로 휩쓸리는 시대에 대한  가장 시의적절한 단서이자,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자아를 상실하는 과정을 그린 씁쓸한 일화이기도 하다. 아내, 자녀의 허물을 덮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이 되는 어머니, 부모의 실패나 결함을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하며 불안 장애를 얻게 되는 딸 등 여성으로 하여금 공동 의존에 빠지게 하는 한국 가부장제의 초상을 다층적으로 그려 보인다. 그리하여 이 책은 도박 중독자의 가족으로서 삶을 계속 살아 내야 하는 여성에게 준엄한 사례이자 풀기 힘든 역설이 된다.

비하인드 스토리, 해제와 부록까지
한 권으로 만나 보는 도박 중독의 모든 것

이 책은 기존 연재 만화에 더한 풍성한 부록들로 작품이 담고 있는 이론과 실제 양면을 충실하게 보완한다. 먼저 저자의 비하인드 컷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도박 중독자였던 상담사의 이야기,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한 저자의 뒷이야기, 중독성 사고와 공동 의존증을 설명하는 6컷 만화를 통해 도박 중독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를 돕는다. 말미에는 성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박 문제 자가 점검표와 피해 구제를 위한 헬프라인을 수록했다. 
또한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특임이사이자 『어쩌다 도박』, 『중독정신의학 제2판』 등을 공저한 정신과 전문의 하주원의 해제를 통해 공동 의존과 회복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다.
해제에서 하주원 전문의의 말처럼 우리는 <도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루에 한 캔씩 마시는 맥주, 잠깐도 꺼둘 수 없는 SNS 창, 끝끝내 삭제하지 못하는 주식 MTS나 코인 거래소 앱은 모두 중독의 시그널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약한 존재지만 약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강해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다가온 단단한 손길이다. 저자의 말대로 <내가 걸린 이 병은 평생 낫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또다시 다짐>하며, <오늘 하루만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 보겠노라고> 내딛는 분투의 과정을 읽어 나가는 것만으로 우리의 일상은 좀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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