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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Jonathan Werber)
정혜용
열린책들
2023년 01월 10일
무선 / 624 면
978-89-329-2294-2 03860
프랑스 문학 / 장편소설
17,800
 
 
 

 
거리의 마술사 제니 마턴,
우당탕 기상천외한 수사에 뛰어들다!

앞으로 쭉 눈여겨봐야 할 신인이라는 평을 들으며 대중의 찬사 속에 화려하게 데뷔한 젊은 작가 조나탕 베르베르의 첫 장편소설. 경쾌한 추리,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 감동적인 깨달음이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조화를 이루는 이 찬란한 모험담은, 심령술과 마술, 탐정 수사가 뒤얽힌 기이하고 매력적인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1888년, 뉴욕. 스물여섯 살의 가난한 마술사 제니는 시장 바닥에서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공연을 펼친다. 대가로 돌아오는 건 코 묻은 동전 몇 개뿐. 제니와 홀어머니, 반려 토끼와 비둘기까지, 네 식구가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입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 탐정 회사인 <핑커턴>의 수장 로버트 핑커턴이 제니를 찾아와 일자리를 제안하며 거액의 보수를 약속한다. 그가 제시한 임무는 <마술사들의 공연을 보고 비법을 알아내는> 것. 업계 거물이 무명의 마술사에게 접근해 온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지만 당장 필요한 지폐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내 눈이 놓치는 건 아무것도 없답니다.」 그때 제니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자신만만한 한마디로 자신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모험에 뛰어들었는지…….

매일 반복되는 삶을 뒤바꿀 모험은 어느 날 우연히 들이닥친다
거기 뛰어들 용기가 있는 사람에게만!

제니가 맡은 사건의 중심에는 심령술사 폭스 자매가 있다. 큰언니 리아, 둘째 마거릿, 막내 케이트로 이뤄진 3인조는 망자와 소통하는 능력을 내세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명성을 떨쳐 왔다. 산 사람이 혼령과 대화한다니 분명 교묘한 속임수가 있을 텐데, 폭스 자매가 심령주의 교단을 창시하고 금은보화를 쓸어 모은 40여 년간 비밀은 털끝만큼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 제니가 나설 차례.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진정한 마술사가 되려는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우리의 주인공을 믿어 보자.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없어도 매일같이 갈고 닦은 마술 실력과 어떻게든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집념,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둑한 배짱이 제니의 가장 큰 무기가 되어 준다.
제니는 핑커턴 탐정 회사의 지침에 따라 위조 신분을 가면처럼 바꿔 써가며 수사 대상에게 접근한다. 먼저 떠나보낸 남편의 혼령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헤이즐 바월 부인으로 변신해 둘째 마거릿 폭스와 친분을 맺고, 런던에서 온 여행객 애덜리아 말릭으로 변신해 막내 케이트 폭스에게 다가간다. 물론 일은 무엇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는 모험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는 법. 행동하는 용기를 지닌 제니는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저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면으로 맞서고,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나고, 한참 좌절에 빠져 있다가도 끝내 다시 일어선다. 그 과정에서 제니가 보여 주는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은 적조차 결국에는 친구이자 동료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책 속의 책,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문장

곳곳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과 사건을 알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표지 그림에서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폭스 자매는 실제로 19세기에 심령주의의 번영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핑커턴 탐정 회사는 1850년 설립되어 수많은 비밀 요원을 거느리고 활약을 펼쳤으며 오늘날에는 보안 업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소설의 제목에 활용된 <우리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핑커턴사의 유명한 표어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저자는 남북 전쟁, 포이즌 스프링 전투 등 같은 시기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흡입력 있는 허구의 이야기로 엮어 내는데, 낯선 시공간의 풍경과 움직임, 소리와 냄새까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재생하듯 생생히 전달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그런 장면들이 모여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기존의 추리물 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이룬다.
한편 이 작품에는 큰 줄기가 되는 현재 진행형 이야기 중간중간에 책 속의 책과 문서가 삽입되어 있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 구스타브 마턴이 집필한 『마술의 길』은 제니가 언제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는 바이블로, 진정한 마술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기술과 마음가짐을 모두 담고 있다. 핑커턴 탐정 회사의 창립자 앨런 핑커턴이 남긴 『완벽한 요원을 위한 핑커턴 지침서』는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며 주의하고 명심해야 할 사항이 하나부터 열까지 담긴 교과서다. 독자는 제니가 각각의 책을 펼쳐 든 순간에 같은 책의 같은 대목을 제니와 함께 읽어 내려가게 되며, 이 책 속의 책들과 더불어 <임무 지시서>와 <위조 신분 설명서> 또한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배치되어 있어 몰입감을 한층 더해 준다.

내 손으로 써내려 가는 운명

「내가 추구하는 것, 그리고 늘 추구했던 것, 그건 자립이에요. 난 그저 내 마술을 할 수 있기를, 사람들이 나를 내버려 두기를, 어머니의 생활비를 대드릴 수 있기를 원해요.」 처음부터 제니의 가장 큰 바람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마술을 하며 사는 것이었다. 제니는 어쩌다 휘말린 이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다시 마술을 시작할 수 있을까? 보잘것없는 개인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거대해 보이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풀어 낼 수 있을까? 아버지의 조언에 더는 기대지 않고도 언젠가는 진정한 마술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 혼자 시작한 여정을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정으로 바꾸는 마술에 성공한 제니, 어떤 위기에 처해도 맨몸으로 덤빌 용기를 가진 제니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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