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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선(Les Aérostats)
아멜리 노통브(Amélie Nothomb)
이상해
열린책들
2023년 12월 20일
연장정 / 200 면
978-89-329-2389-5 03860
프랑스 문
12,800
 
 
 

 
잔인한 유머의 대가 아멜리 노통브
문학을 무기 삼아 펼쳐 내는 산뜻한 잔혹 드라마 

잔인함과 유머를 완벽하게 혼합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낸 아멜리 노통브. 데뷔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하나의 작품을 발표해 온 그의 스물아홉 번째 소설 『비행선』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비행선』은 프랑스에서만 25만 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으로, 문학과 젊음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잔혹하고도 산뜻한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열아홉의 문헌학도 앙주와 책은커녕 단어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열여섯의 고등학생 피, 두 주인공은 과외 교사와 제자로 만나 함께 고전 문학을 읽어 나간다. 계급도, 관심사도, 같은 책에 대한 감상도 너무나 다른 그들을 이어 주는 것은 자기 안에 혹은 숨 막히는 집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감각이다. 노통브는 앙주와 피가 저마다 사는 법을 알아내고자 분투하는 과정을 경쾌한 리듬으로 처절하게 그려 낸다.

자기 안에 갇혀 젊음마저 잊은 열아홉 앙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집에 갇힌 열여섯 피
사는 법을 알아내려는 두 사람의 미약한 몸부림

「나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줘요. 나에게는 그게 꼭 필요하니까.」(155면)

앙주는 고향을 떠나 브뤼셀에서 독립생활을 꾸려 가는 열아홉 대학생이자 열정적인 문헌학도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학교에서 겉돌며 저녁이면 도시의 거리를 홀로 정처 없이 걸어다닌다. <내 삶에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누구에게라도 직접 다가갈 만큼 자신을 열어 보이지 않는다. 노통브가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바 앙주는 작가 자신의 열아홉 시절을 담아낸 분신이다. <내가 젊어지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열아홉에는 끔찍할 만큼 진지했고, 거의 살아 있지 않았다.>(『르 푸앵』, 2020. 9. 10.) 열아홉 앙주는 사는 법을 몰라 헤매며 다만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는 게 좋>다고 중얼거린다.
거의 살아 있지 않은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대학 입시를 앞둔 열여섯 고등학생 피, 무기를 좋아하고 책을 단 한 권도 읽어 내지 못한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 교사 자리를 구하던 앙주는 피를 만나 책 읽는 법을 가르치게 된다. 피는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말에 자기 이름만 겨우 밝히고 아버지 이름과 직업을 이야기할 만큼 아버지에게 얽매여 있다. 부유층임을 유일한 정체성으로 삼는 아버지 그레구아르는 과외 수업뿐 아니라 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자신이 <현실>이라고 여기는 무언가에서 피가 벗어나 버릴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는 이미 아버지가 정의한 편협한 의미에서의 현실에서 비껴나 있고, 읽기라는 행위와 앙주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필연적으로 거기서 달아난다. 헤매거나 달아나는 것은 사는 법을 알아내려는 앙주와 피의 미약한 몸부림이다. 그들의 서툴고 절박한 동작을 노통브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생생히 포착해 낸다.

<비결은 없어. 그냥 펼쳐서 읽으면 돼.> 
읽는 것 혹은 사는 것이 두렵더라도

젊음은 하나의 재능이지만, 그것을 획득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나는 마침내 젊은이가 되었다.(187면)

앙주와 피는 함께 자란다. 단어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던 피는 스탕달의 『적과 흑』을 시작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카프카의 『변신』, 라 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 부인』, 라디게의 『육체의 악마』를 읽어 나가는 동안 점차 자기만의 문학 취향을 형성하며 독자가 되어 간다. 그리고 『비행선』의 세계에서 독자가 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삶의 욕망을 찾고 무해성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무기를 벼린다는 뜻이므로. 피가 찾은 욕망이란 가상 공간에서 막대한 자본을 다루며 <삶 없이> 살아가는 부모의 세계로부터 단절되고 싶다는 것,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가짜 존재가 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하는 대신 실재 세계에서 구체적인 인간으로 살아 움직이고 싶다는 것이다. 피에게 문학은 그러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무기가 되어 준다. 노통브에 따르면 문학은 폭력을 통해 자신을 해방하는 예술이다.(『르 푸앵』, 2020. 9. 10.)
어느 수업 시간에 앙주는 피에게 소리친다. <죽기 전에 살란 말이야. 움직여!> 그것은 청소년기의 끝자락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다 자란 어른인 척하는 앙주가 스스로에게 외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갇힌 존재인 피를 꺼내 주려는 시도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깥으로 이끄는 데도 성공한다. 방에 가만히 누워 전차 소리를 듣는 대신 직접 전차에 오르고, 맥주나 샴페인을 벌컥벌컥 마시고, 놀이 기구를 타고는 길바닥에 토한다. 결국 더 외로워지거나 후회로 끝날지언정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 언젠가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죠?> 물은 피에게 앙주가 말했듯 독서는 남이 해줄 수 없는 것이고, 삶도 마찬가지다. <비결은 없어. 그냥 펼쳐서 읽으면 돼.> 읽는 것 혹은 사는 것이 두렵더라도. 그 대답 혹은 수행적 예언은 앙주와 피, 두 독자의 이야기를 거치며 실현된 후 다음 독자에게 가닿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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