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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2세(King Richard Ⅱ)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박우수
열린책들
2024년 01월 15일
견장정 / 208 면
978-89-329-1287-5 04840
세계문학 / 영미 문학 / 희곡 / 고전
11,800
 
 
 

 
한 시대가 아닌 만세(萬世)를 위한 작가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두 번째 4부작의 시작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중 소위 두 번째 4부작의 시작인 「리처드 2세」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87번째 책이다. 「리처드 2세」는 셰익스피어가 1595년 완성했다고 추정되는 역사극이자 비극으로, 1백 년 가까이 이어진 영국 내란의 시발점을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리처드 2세의 실정과 추방당한 사촌 불링브루크가 귀환하여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을 다루는 이 작품은 왕권의 권위와 정통성, 국민의 충성과 반역, 개인의 욕망과 책임 등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한다.

왕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권력의 본질에 대한 숙고와 사색

「리처드 2세」는 귀족들의 왕권 쟁탈전을 펼쳐 보이는 작품이지만 왕권이 성립하는 데에는 백성의 지지가 절대적임을 암시한다.
명목상의 왕을 중심으로 영주들의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중세 봉건 체제에서 근대 중앙 집권적 절대주의 왕권의 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세 봉건 체제 영주들의 기능과 세력은 민중의 힘이 대신하게 된다.
리처드와 불링브루크는 모두 국가 권력이 왕에게 집중된 근대적인 절대주의 왕권을 추구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둘의 성패를 가른 것은 근대 절대주의 국가의 근간이 되는 백성들의 지지를 확보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리처드 2세」에서 리처드는 정치적인 결정을 백성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즉흥적으로 처리하며 자기중심적이고 자아 탐닉적인 인물로 제시되는 반면, 불링브루크는 백성들의 환심을 사는 데 매우 익숙한 인물로 제시된다.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두 인물의 성격 차이를 극 중에서 확연히 구별해 보여 준다.
리처드는 극의 시작부터 불링브루크와 모브레이 양자의 결투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불링브루크의 주장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셰익스피어는 리처드가 즉흥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유아적인 인물임을 강조한다. 이 둘을 6년 추방형과 종신 추방형에 처하는 결정과 곤트의 존의 재산을 몰수하는 결정도 마찬가지로 즉흥적인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
반면 불링브루크는 리처드의 결정으로 인해 국외 추방을 당하면서도 백성들에게 구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둘의 성격 차이로 인한 대비가 극명히 드러나는 것이 바로 불링브루크가 반란에 성공하여 개선식을 하는 장면이다. 백성들은 불링브루크의 귀환을 환영하며 환호하는 데 반해, 지지를 잃은 리처드는 백성들이 던지는 먼지와 쓰레기를 맞는다.
「리처드 2세」는 이와 같은 대비를 통하여 대중적인 기반을 획득하지 못한 절대 왕권은 쉽게 몰락한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역사에서 벗어남으로써 고전이 된 희곡
다시 역사에 영향을 미치다

셰익스피어는 역사극을 일정한 시각 속에 가두지 않고 해석의 다양성을 활용함으로써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자신이 서 있는 당대의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셰익스피어는 극적인 필요성을 앞세우며 역사적 사료를 선택적으로 변용한다. 역사적 사료를 대하는 태도는 극적인 필요성을 앞세운, 사료의 선택적 변용이다. 아무리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사건일지라도 극적 인물 창조나 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사건을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각색한다. 「리처드 2세」는 이를 두드러지게 활용한 작품이다.
이러한 사실은 「리처드 2세」에서 리처드왕과 이저벨 왕비의 관계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리처드왕은 보헤미아의 빈체슬라우스 황제의 동생 앤과 결혼했으며, 앤 왕비의 사후에는 프랑스의 이저벨 공주와 약혼한 상태였다. 리처드가 죽었을 때 그녀는 11세의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시종 이저벨을 왕비로 그리고 있다. 또한 리처드 2세 재위 당시 역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사건인 1381년의 농민 반란은 「리처드 2세」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리처드 2세」는 예술 작품이 역사적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1601년 당시 에식스 백작이 반란을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에식스 백작은 거사 직전에 「리처드 2세」를 특별 상연했는데, 이는 당시 왕이었던 엘리자베스를 리처드에 비유하고 자신을 불링브루크에 비유하여 백성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었다. 해당 반란은 실패로 돌아갔으나, 당시 반란 소식을 접한 엘리자베스왕은 런던 탑 기록관인 윌리엄 램버드에게 <내가 리처드 2세라는 사실을 그대는 모르는가?>라고 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즉 「리처드 2세」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예술 작품이 다시 현실 속 역사와 교류한 특별한 사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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