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꼬주의가 소련 생물학계의 공식 교리일 때 멘델의 유전 법칙을 고수하는 과학자들의 고통과 사랑.
1995 도서신문 추천도서
도서출판 「열린책들」에서 러시아 작가 블라지미르 두진체프의 『하얀 옷』이 상·하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저자 블라지미르 두진체프는 러시아의 반 스딸린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1956년 최초의 장편 소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발표하였다. 그 후, 1960년 『설날 동화』라는 소품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흐루쉬쵸프가 몰락하고 브레즈네프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스딸린주의가 다시 소련 사회를 지배하게 되자,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그러다가 뻬레스뜨로이까와 글라스노스찌로 소련에서 변혁이 일어난 지 2년 만인 1987년에 그는 오랜 침묵을 깨고 두 번째 장편 소설 『하얀 옷』을 발표하였다.

이 소설은 1940년대 말 소련 학술계에서 벌어졌던 리센꼬의 생물학 논쟁을 소재로 스딸린주의가 지배하는 암울하고 폭압적인 사회상을 보여 주고 있다.
주인공 표도르 이바노비치 제쉬낀은 모스끄바에 있는 학술원 과학 분야의 후보생이다.그런 그가 미추린 생물학의 거두이며 학술원 회원인 까시안 다미아노비치 랴드노의 명령을 받고 자신이 대학 시절에 공부했던 도시에 검열관의 자격으로 파견되어 오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품종 개량 전문가인 쯔뱌흐와 함께 파견된 그의 임무는 바이스만 - 모건주의 계열 학자들의 동태를 살피고 생물학(품종 개량)과 관련한 그들의 연구 성과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나 출세욕보다는 진리를 중요시 여기고 따르고자 하는 그는, 그곳에서 미추린 계열 학자들이 학술 잡지에 발표했던 품종 개량 관련 연구 결과들은 모두 허위였음을 알게 되고, 오히려 바이스만 - 모건주의 학자들의 인간 됨됨이와 연구 성과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들과 함께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시킨다.
그러나 대대적인 숙청으로 연구팀 모두는 체포되고, 그 모임을 이끌어 나가던 스뜨리갈료프의 부탁으로 그들이 연구해 오던 <신품종 감자> 연구를 제쉬낀이 이어받아 어려운 난고 끝에 결국 성공하게 된다.

전횡(專橫)적인 스딸린주의에 편승하여 나타난 도그마화한 생물학 이론과 이러한 비과학적인 이론을 공권력을 이용해 정당화하려는 세력, 이에 대항하여 싸우는 학자들과 학생들을 통해 그는 러시아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을 뿐더러 러시아 문학의 전통적 주제인 선과 악이란 문제를 자신이 체험한 역사적인 경험을 근거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